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국인 친구들과 대련 시내에 놀러 갔다 온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저희 학교가 대련 시내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 보니 대련 시내에 한 번 나가려면 편도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은 잡고 가야 해서 저는 체력 이슈로 잘 나가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대련에서 몇 달을 지냈는데 유명한 관광지들을 안 보고 돌아가면 아쉬울 것 같아서 친구들이랑 아예 날을 잡고 1박 2일로 놀러 갔다 왔습니다.
금요일에 수업을 마치고 다 같이 대련 시내로 나간 후, 제일 먼저 성게 만두 맛집(海胆小笼包)을 찾아갔어요. 炉旺斋(luwangzhai)라는 곳으로 꽤 유명한 것 같았어요. 가게 안은 좁긴 한데 저희가 점심시간이 좀 지나고 가서 그런지 바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대련이 성게, 해삼 같은 해산물이 유명해서 이 가게 말고도 성게 만두 파는 곳은 많은데, 성게 만두가 물만두 같은 곳이 있고, 이런 소룡포 같은 데가 있더라고요. 저희는 소룡포 두판(성게, 게, 해삼, 돼지고기 네 종류)과 파기름 볶음면, 게살볶음밥, 동파육 같은 게 올라간 볶음밥 이렇게 시켰습니다. 맛은 제 입맛에는 보통이었어요. 근데 원래 제가 만두류를 별로 안 좋아하긴 합니다. 파기름 볶음면은 다른 한국인 테이블도 살짝 실망하는 눈치였어요. 그래도 뭐 유명하다는 거 한 번 먹어본 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체크인을 하기 위해 호텔로 향했습니다. 호텔은 奧利古雅호텔(Oliguya Hotel)이라는 곳입니다. 여기를 선택한 이유는 가격도 저렴하고 저희가 네 명인데 싱글 베드가 네 대인 방이 있어서예요. 보통은 네명이면 베드 세 대에 같이 자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베드 네 대로 하니 선택지가 꽤 줄어서 그중에 고른 곳입니다. 저는 나쁘지 않았어요. 난방을 켜고 자니 건조하긴 했는데 이 건 모든 호텔의 공통 문제라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식은 절대 비추예요! 저는 아침을 먹어야 힘이 나고, 여행 가면 특히나 나가자마자 식당을 찾는 게 귀찮아서 웬만하면 조식을 좀 든든하게 먹고 바로 관광지로 향하는데, 여기는 진짜 먹을 게 없었어요. 조식이 사전에 포함된 플랜으로 하면 조식 없는 거랑 일인당 천 원 밖에 차이가 안 나서 조식이 포함된 플랜으로 했는데, 진짜 현지인 평소 조식이라 빵이랑 옥수수, 볶음밥 각종 야채 반찬들 조금, 이렇게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호텔 가도 중국은 한국처럼 아침부터 근사한 요리가 나온다거나 하지 않는데 그래도 여기는 좀 심했어요. 아무리 조식파여도 여기는 그냥 밖에서 드시거나 배달(外卖) 시키길 추천드립니다.
짐을 풀고 나서는 저희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인 전망대 카페(259.6카페)로 향했습니다. 여기는 학교 선생님과 현지인 친구들이 추천해 준 곳이에요. 몰랐는데 대련삼림동물원(大连森林动物园) 옆이더라고요. 택시로 찍고 가면 동물원과 카페 가는 길 입구에 내려주는데 여기서 노을 지는 걸 보려고 길가로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사슴이 수십 마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사슴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사람들이 구경도 하고, 먹이로 사과도 주고 하더라고요. 대련에 사슴 공원 유명한 곳이 있는데 거기도 갔다 온 친구가 여기가 훨씬 많다고 했어요. 저는 이번 여행에서 여기서 사슴보고 야경본 게 제일 기억에 남아서 여러분도 꼭 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슴 구경을 마치고 카페로 향했는데 거리가 꽤 되더라고요. 건강도 챙길 겸 등산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걸어 올라갔습니다. 가는 길에도 옆으로 야경이 내려다보이는데 저희가 딱 해질때 가서(5-6시쯤) 정말 예뻤습니다. 표짖판이 잘 안 되어 있어서 사람이 많을 땐 사람들이 내려오는 곳으로, 아니면 지도를 켜고 가시면 됩니다. 카페에 도착하니 테이크아웃 가게에서 실내 입장권과 음료를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보통은 커피 값을 좀 더 받고 입장료는 따로 없을 텐데 조금 특이했습니다. 그래도 테이크아웃해서 그냥 밖에서 경치 구경하는 분들에게는 비싸지 않아서 좋을 것 같네요. 저희는 좀 앉아있으려고 커피와 입장권을 사서 카페 내부로 들어갔는데 카페 내부에도 또 다른 카페가 있더라고요. 커피는 안 마셔봐서 모르지만 케이크류는 밖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 보였습니다. 옆에 대련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디자인이 다 꽤 예뻐서 밑에서 입장권만 구매하시고 안에 들어와서 구경하면서 이것저것 시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다도 떨고 사진도 찍고 하다가 여섯 시 반쯤 되니까 나가라고 눈치를 주길래 어차피 다음 일정도 있겠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내려가는 셔틀버스가 있긴 한데 편도 30위안이라 네 명이면 120위안이나 해서 그냥 걸어가기로 하고 걸어가는데 길이 엄청 깜깜했어요. 도중에 뭔가 큰길 같아 보이는 길과 저희가 왔던 길로 나뉘었는데 버스가 큰길로 지나가길래 저희도 버스를 믿고 큰길로 계속 내려왔습니다. 저희가 왔던 길은 돌계단 같은 길인데 잘 생각해 보니 가로등도 하나도 없었어요. 거기로 갔으면 뭔 일이 생겼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다행히 저희가 선택한 길은 큰 도로고 가로등도 아주 희미하지만 있어서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내려왔는데 네 명이나 있어서 엄청 무섭다기보다는 무서운 척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귀신 이런 거 보다 야생동물이 사는 산이면 이미 곰이나 들개에게 습격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무서웠습니다.
산에서 내려와서는 다음 목적지인 시안루 야시장(西安路夜市)으로 향했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택시로 갔는데 가는 길이 꽤 막혔어요. 이 주변이 음식점, 술집, 쇼핑몰이 밀집된 곳이더라고요. 시안루 야시장은 실내 지하에 있는데 내부가 꽤 크고 먹거리 종류도 다양합니다. 저는 중국식 냉면구이(烤冷面)와 도라야끼를 먹었습니다. 군데군데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거기서 드시면 됩니다. 카오렁미엔(烤冷面) 처음 먹어봤는데 짭짤하니 나름 맛있었어요. 다만 이런 거 손에 묻고 이러면 끈적거려서 너무 별로... 맛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이 날 충격받은 게 저는 취두부 냄새 심하다 말로 들어만 봤지 어떤 냄샌지 몰랐는데 이 날 알게 되었습니다. 카오렁미엔을 먹고 상큼한 게 당겨서 레몬수(柠檬水)를 사러 갔는데 하필 거기 맞은편이 취두부 간식 파는 데었어요. 그리고 저희 옆에서 차를 기다리면서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냄새가 확 느껴졌는데 뭔가 가스 냄새 같기도 하고, 장 되게 안 좋은 사람이 방귀 뀐 것 같기도 하고 진짜 별로였습니다. 저거 먹으면 하루종일 입에서 저 냄새난다는데 맛있게 먹는 게 너무 충격적이고, 이제 어떤 냄샌지 알아서 그런지 멀리서 취두부 냄새가 느껴져도 바로 인식이 돼서 야시장에 있는 내내 고통받았습니다. 원래는 호기심에 한 번 먹어볼까 생각도 했는데 이제 평생 안 먹어봐도 될 것 같아요.
에피소드가 많아서 생각보다 쓰는데 시간이 걸려서 둘째날은 따로 또 올려보도록 할게요.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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