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학교 친구들과 태양구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저번주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 연속으로 다녀왔어요. 수요일은 일본어 관련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중국인 친구에게 일본인 친구를 소개해주려고 태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고, 목요일은 반친구들과 도자기 공예하는 곳에 구경 갔다가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고 백옥산 풍경구에 야경을 보러 갔습니다. 사실 목요일은 다 같이 스쿠터를 타러 간 건데 겨울이라 그런지 렌탈 스쿠터들을 다 치웠더라고요. 올해는 이상하게 따뜻하긴 한데 원래 대련은 이 시기쯤 계속 눈이 와서 어차피 타는 사람도 없고 야외라 관리도 힘드니까 겨울에는 치우나 봐요. 저희는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스쿠터 처음 탄다고 엄청 기대하고 디디로 빌리려면 사전에 여권 인증을 해야 한대서 그거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갔는데 없어서 좀 실망했습니다. 그래도 태양구는 거리 자체가 분위기가 좋아서 산책도 좀 하고 급히 동선을 바꿔 친구가 예전에 봐둔 도자기 공예하는 곳에 구경을 갔습니다. 마침 친구가 지인분께 찻잔 같은 거 선물할까 어디 살 곳 없을까 고민하던 차라 타이밍이 딱 좋았어요.
도자기 공예하는 곳은 西大院创意产业园라는 곳인데 가는 길이 진짜 로컬 시골 느낌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정말 외국인이라고는 한 명도 안 올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서 이미 만들어진 도자기를 구매할 수도 있고 도자기 만들기, 도자기 페인팅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약간 복 들어올 것 같은 굿즈를 좋아해서 냉장고에 붙일 수 있는 大吉大利 같은 글씨가 적힌 빨간 도자기 자석을 사려고 하다가 그냥 참았습니다. 진짜 찻잔이나 그릇말고도 도자기로 만든 귀여운 장식품이 많은데, 혈색이 매우 안 좋아 곧 죽을 거 같은 루피, 어딘가 이상한 디즈니 캐릭터들도 있어서 웃겼습니다. 여기에 크게 뭐 할 게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소소하게 구경하기 좋아서 태양구 산책 오시면 한 번 들러보면 좋을 것 같아요.
도자기 구경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安贞吉(anzhenji)라는 유명한 카페에 갔습니다. 저는 두번째 와보는 건데 한 친구가 여기 초코케이크를 너무 좋아해서 또 오게 되었어요. 저는 저번에 티라미수를 먹었던지라 이번엔 친구가 추천한 초코케이크를 먹어봤습니다. 확실히 엄청 꾸덕하고 학교 근처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맛이었어요.
수요일에 간 카페는 宫羽咖啡(gongyu kafei)라는 곳인데 여기도 분위기가 아기자기 하고 예쁜 데다가 고양이가 있다고 해서 갔다 왔어요. 이 가게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총 세 마리고 나머지는 그냥 주변에서 놀러 오는 고양이라고 하더라고요. 가게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목걸이를 하고 있는데 이름이 각각 胖虎, 小可, 小心이었어요. 胖虎는 도라에몽의 퉁퉁이 중국 이름이라고 하더라고요. 뚱뚱한 호랑이라니 좀 심하긴 한데 일리가 있네요. 여기 고양이들이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사람한테 먼저 다가오기도 해서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커피랑 케이크는 솔직히 安贞吉가 더 맛있긴 합니다.
친구 중 한 명이 일몰, 야경을 진짜 좋아해서 요즘은 해도 빨리 지니까 정신차려보니 네시반이라 카페에서 나와서 서둘러 백옥산(白玉山)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여기가 바이두 지도로 보면 영업시간이 네시반까지라고 되어있는데 이번에 택시를 타고 가보니 티켓 판매소 영업시간이 네시반까지라 오히려 네시반이 지나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더라고요. 친구는 저번에 네시반 전에 가서 티켓을 끊어야 해서 도중에 티켓 파는 곳에서 택시 아저씨가 잠깐 세워줘서 티켓을 사고 다시 차에 타서 전망대까지 갔다고 해서, 그럼 나도 편하게 차 타고 올라가게 아저씨한테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티켓을 안 사도 들어갈 수 있었어요. 저희는 카페에서 네시반에 출발해서 해가 딱 질 때는 아니고, 다 져가는 끝자락과 다 진 후의 야경을 감상했습니다. 거기서 타임랩스 찍는 틱톡커 아저씨도 만나서 얘기도 좀 나눴는데 저희가 중국어를 너무 못하니까 답답해하셨어요. (나중에는 공부한다면서 뭐 공부했냐고 하심 ㅋㅋ)
대련외대에서 시내에 나가려면 시간과 체력이 꽤 드는데 태양구는 시내는 아니지만 가까우면서도 분위기 있고 예쁜 카페들도 많아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곳입니다. 다들 학교가 시내랑 멀어서 아쉬워하는데 저는 이 곳에서의 잔잔한 일상에 아주 만족합니다. 만족할 수 없는 건 나의 늘지 않는 중국어 실력뿐...
마지막으로 고양이와 하이파이브한 사진 투척↓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