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저번주에 국경절 연휴를 이용해 내몽골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중국은 춘절과 국경절 연휴가 1년 중에 가장 길고, 사람들의 이동도 많습니다. 저희 학교는 9월 27일까지 수업을 하고 주말을 포함해 그다음 주 한주를 쭉 쉬고 월요일부터 다시 수업을 재개했습니다. 10월 7일 월요일은 빨간 날 이긴 한데 저희는 수업을 했고, 다른 학교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말에 보강수업을 한 학교는 10월 7일까지 쉬더라고요.
지금 다시 여행 준비부터 마지막 돌아올 때까지 기억을 되짚어보면 여행 준비 단계랑 마지막 날이 제일 다사다난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지역만 일단 내몽골로 정하고 기차표랑 투어 예약하면 되겠지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가기 일주일 전에 예약을 시작했는데, 제일 처음 난관에 부딪힌 게 투어 예약이었어요. 저희는 아무래도 중국이니 현지 어플인 Ctrip이 투어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해서 Ctrip에서 알아봤는데 맘에 드는 투어를 정하고 예약하려고 하니 픽업이 걱정되어서 코멘트란이나 투어사에 직접 컨택할 방법을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그냥 투어를 예약하고 나면 전날에 전화로 연락이 온다는데 저희가 말이 잘 안 통하다 보니 가기 전에 확실히 물어볼 거 물어보고 미팅 장소나 시간도 정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일단 불안하고, 중국 친구들에게 도움을 좀 받으려고 같이 이야기하다가 깨달은 게, 저희가 외국인인데 중국인 대상 투어 상품은 대부분 중국 국적자만 숙박을 할 수가 있더라고요. 그러면 픽업 문제랑 상관없이 이용 자체가 안 되는 거니까 빠르게 포기하고 한국인 대상 투어를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내몽골 여행 피크가 4월에서 8월이라 지금은 투어 상품 자체가 별로 없어서 정말 못 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못 찾다가 위챗에서 하나를 발견했어요. 북경 해외국제여행사라는 여행사의 중국 국내(주로 베이징)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투어더라고요. 그래서 빠르게 문의를 하고 다음날쯤에는 예약을 마쳤습니다. 투어 자체는 현지 픽업인데 대부분 투어 시작 당일에 베이징에서 오고 저희는 전날에 도착해서 하루 묵고 호텔 픽업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기차 예매도 쉽지 않았어요. 기차 예매도 마찬가지로 Ctrip에서 했는데 저희는 예약하고 잘 된줄 알고 있었는데, 예약한 친구한테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못 알아들어서 끊었더니 기차표가 다 취소가 되어버렸어요. 그 친구가 중국 친구한테 부탁해서 알아보니 전화번호랑 입력한 개인정보랑 일치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합니다. 중국은 전화번호를 해지하고 몇 년 지나면 그 번호를 또 신규 가입자에게 주는데 그러다보니 타오바오나 각종 어플을 등록할 때 예전 사람이 쓰던 계정이 뜨기도 합니다. 그래서 핸드폰 명의자가 예전사람으로 되어 있는데 지금 사용하는 사람이 다르니까 본인 인증이나 이런 절차가 있을 때 일이 복잡해진다고 해요. 중국 어플이 대부분 비밀번호 설정 같은 게 없이 핸드폰 번호 인증으로만 회원가입/로그인을 하게 되어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름 이런 것도 입력할 필요 없이 전화번호 입력하고 인증코드만 입력하면 끝) 어플에 따라서는 네 전화번호로 이 계정이 뜨는데 네 계정이 맞냐고 한 번 물어봐주기도 하니까 그때 아니오를 누르면 새 계정으로 이용하실 수 있어요. (너무 빨리 다음, 다음 누르다 보면 지나쳐서 옛날 계정으로 연동되니까 주의!)
그런데 기차 예매는 사실 Ctrip이나 트립닷컴이나 가격은 똑같아요. 다만 저희가 침대칸이라 같은 방을 지정하고 싶어서 Ctrip으로 한 거고, 자리 랜덤이라도 상관 없으면 속 편하게 트립닷컴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침대칸 아니면 위에 처럼 전화도 안 오고 바로 예매되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여행 준비를 마치고 출발 당일에 학교 셔틀을 타고 대련역으로 향했습니다. 대련역이 학교 셔틀 종점이라 편해서 사이에 시간이 좀 뜨는데 그래도 셔틀을 타고 갔어요. 일찍 도착해서 창구에서 표를 받고 근처 쇼핑몰에서 밥도 먹고 차도 한 잔 했습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대련역 가는 길에 벽화가 쭉 있는 거리에 가보고 싶었는데 차 안에서 다 봐서 만족스러웠어요.
쇼핑몰 구경을 다 하고, 시간에 맞춰서 기차를 타러 갔습니다. 기차 내부에 파는 음식들은 별로고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근처에서 다음날 아침에 먹을 스낵랩 같은 거랑 포장된 빵, 음료수를 좀 사서 신나는 마음으로 기차에 탑승했는데 침대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저희가 예매를 늦게 해서 침대가 다 3층이었는데 3층이 너무 높은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한 번 올라갔더니 너무 높고 허리도 못 펴서 아무것도 못하고 내려오는 것도 무서워서 멍하게 있다가 용기 내서 한 두 번 오르락내리락하니까 조금 적응이 됐어요. 근데 정말 위에 가면 누워만 있어야 해서 저는 주로 밑에 내려와서 앉아있었습니다. (다행히 앉을 곳은 있음) 1층은 높이가 좀 있어서 허리도 쫙 펼 수 있고 테이블도 있고 해서 1층이면 걱정 하나도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기차 내부가 엄청 조용합니다. 저는 기차 안에서 친구 사귀고 이런 것도 살짝 기대를 했었는데 다들 각자 할 거 하고 별로 떠들지도 않고, 코도 잘 안 골더라고요. 나중에 심심해서 다른 칸들 돌아다녀봤는데 저희 칸이 특히나 조용하고 비교적 쾌적했어요. 후허하오터가 내몽골의 중심지인데 서쪽에 있는 곳이라 대련에서는 25시간이나 걸려서(일반 기차) 처음에는 경치도 보고, 수다도 떨고 하다가 나중에는 심심해 죽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 흑백요리사가 있어서 그거 보면서 갔습니다. 석양은 눈으로 보는 만큼 예쁘게 안 담기네요...
기차 안에서 25시간이나 있으니까 시간 별로, 그리고 지나는 지역별로 보이는 풍경이 달라서 너무 예뻤습니다. 아침에 해 뜨는 거 보면서 스낵랩 먹을 때 너무 행복했어요. 그렇게 25시간이 지나고 찝찝한 몸을 이끌고(샤워시설 당연히 없음) 예약한 호텔로 향했습니다. 저희가 예약한 곳은 Ark Smart Hotel이라는 곳이었는데, 가격은 3명 1실에 6만원 정도로 한 명당 2만 원 꼴이었고, 가격도 시설도 정말 대만족이었습니다. 여기로 한 이유는 가격도 적당하고 3명으로 예약할 때 싱글베드 세 대가 여기밖에 없어서예요. 보통 다 더블하나에 싱글하나로 세 명 자야 하고 그렇더라고요. 여기가 넓이도 넓고 깔끔하고 어매니티도 샴푸나 이런 게 한 사람당 한 개로 준비되어 있어서 저는 남은 바디 워시랑 바디로션 가져가서 게르에서 잘 썼습니다.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밤 열 시쯤이라 배가 너무 고파서 근처 훠궈 집으로 갔습니다. 이제 정리하려는 분위기였는데 저희가 되냐고 물어보니까 앉으라고 해주셨어요. 사실 이런 훠궈는 베이징식이에요. 老北京涮羊肉라고 하고 동으로 된 솥에 가운데 굴뚝이 있어서 숯을 넣어 끓이고, 훠궈 국물은 사골국물이 아닌 清水(맹물)로 하고, 양고기를 주로 넣어먹는 게 특징입니다.
식사도 맛있게 하고 하루 반 정도 묵힌 때도 빼고 다음날부터 투어에 참가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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