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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여행

엄마, 동생과 함께 홋카이도 여행ㅣ원데이 투어로 후라노, 비에이 갔다 옴

by zzinoey 2023. 8. 9.

  안녕하세요!! 다들 여름 잘 보내고 계신가요? 뉴스를 보면 매년 그렇긴 하지만 올해 특히 이상 기후로 전 세계가 더위에 허덕이고 있다고 하는데, 삿포로도 예외 없이 미친 더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삿포로는 여름에도 비교적 덜 더운 편인데, 한 2-3년 전에 너무 더워서 고생 한 번하고 최근 2년간은 괜찮다가 올해 또 이러네요. 삿포로의 더위가 더 고통스러운 게, 여기가 평소에 덜 덥다보니 자취방에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자취하는 친구들 반 이상이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고생하고 있어요. 달려면 달 수도 있는데, 공사하려면 집주인 허락도 받아야 하고, 월세라 언제까지 이 방에 살지도 모르고 해서 참고 말지 싶어서 필사적으로 참고 있습니다. 그나마 삿포로는 찐 더위는 좀 짧아서 한 일주일 죽었다 생각하면 좀 낫긴 해요. 요즘은 태풍도 오고 비도 오고 해서 그냥저냥 창문 열고 에어컨 틀면 버틸만합니다. 

  이번에 딱 엄마랑 동생이 놀러왔을 때가 삿포로의 더위 피크였습니다. 진짜 집에서 뭘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더워서 그냥 침대에서 자는 건지 녹은 건지 모르는 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번에 부모님이 오셨을 때 썼던 손님용 침구도 있는데 이걸 쓰고 다시 싹 빨아서 정리하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이번에는 다 같이 대충 널브러져 잤습니다. 그나마 제일 더운 8월 2일에 가이드 투어를 가서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다행이었어요.

  가이드 투어는 마이리얼트립이라는 어플을 통해 엔데이트립이라는 여행사의 원데이 투어를 예약해서 참가했습니다. 후라노, 비에이 근처의 관광 명소를 쭉 도는 코스였는데, 소감부터 말하자면 저는 좀 별로였습니다. 사진 찍고 기념하기는 좋았는데, 가이드 분이 좀 마음에 안 들었던 거랑, 얼마전에 홋카이도를 찐 사랑하는 친구가 자차로 여기저기 데려가줬던 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내심 비교가 돼서 그런 것 같아요. 가이드 분은 엔데이트립 대표 분이셨는데 말씀하시는 게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종종 하셨습니다. (우리 차에 어린이 손님이 딱 한 명 있었는데, 어린 손님이 딱 한 명 있다고 하면서 저 뒤에서 섹시하게 다리 쫙 벌리고 있는 친구 이런 식으로 말해서, 와 애기한테 어떻게 저렇게 말하지 하고 충격 먹음) 또 다른 직원분도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은 말씀하시는 게 재밌어서 웃으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두 분 다 사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많이 담길 바라고, 맛집 가서 줄 서는 것보다 그 시간 아끼고 다른데 가도 별 다를 거 없다는 말을 하셨는데, 맛집 얘기는 너무 공감하고, 다만 가이드 투어라 눈으로 많이 담고 몸으로 느끼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긴 해서 그런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예 자유 여행을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원래는 자유여행을 좋아하는데 면허가 없기도 하고, 제가 혼자 자유여행은 좋아해도 무계획에 리더십이 제로라 이번에 엄마랑 동생과 함께하는 여행이라서 가이드 투어를 선택했습니다. 가이드 보다도 이동수단이 주 목적인 셈이죠. 안 좋은 소리만 해버렸는데 전체적으로는 나름 재밌었고 한 사람당 8만원 정도면 가격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사진 보면서 생각하는 거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우선은 먹은 것들!! 징기스칸은 가이드 투어가 아니라 도착한 첫 날 저녁으로 먹은 건데 징기스칸이야 말로 가이드 분들이 말씀하신 것 처럼 다루마 징기스칸 가려고 점포 여러 군데를 기웃거리다가 전부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그냥 안 붐비는 곳으로 간 거예요. 하나지리 징기스칸(花尻ジンギスカン)이라는 곳인데 맛도 나름 괜찮고 사장님도 엄청 친절하셔서 일본어 못하는 손님한테도 영어랑 바디랭귀지로 열심히 설명해 주십니다. 마지막 시메 우동이 좀 불어있어서 그건 별로였지만 다루마 2시간 기다리고 먹는 것보다야 백배 낫다고 생각합니다. 고기 자체는 맛있었어요!!

  그리고 오른쪽 사진은 라벤더 아이스크림인데 라벤더 향도 좋고 부드럽고 맛있었으나 너무 부드러워서 사진 찍으려고 들고 있으면 실시간으로 녹아서 빨리 한 컷 남기고 먹어야 합니다. 30초쯤 지나고 한 번 찍어볼까 하면 벌써 저렇게 녹아서 별로 안 예쁘게 나와요.

  아래 사진은 유명한 준페이의 새우튀김 덮밥인데 저희는 가이드 투어로 사전에 예약한 거라 가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도시락으로 먹었어요. 나름 맛있었는데 가게에서 갓 튀긴 걸로 먹으면 더 맛있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저희는 도시락이라 튀김 3개짜리로 통일이었는데 가게에 가면 3개랑 6개 중에 고를 수 있다고 하는데 튀김이 꽤 커서 저는 세 개 먹으니까 느끼해서 못 먹겠더라고요.

  청의 호수와 폭포. 물 색이 진짜 푸르고 나무가 물속에서 자란 게 신비하고 예쁘나 제가 갔을 때는 일본인 관광객에 외국인 관광객까지 너무 붐벼서 감상을 하기도 사진을 찍기도 많이 불편했습니다. 인스타 릴스에서 자주 보는 상상과 현실을 비교한 영상의 현실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에펠탑이나 모나리자 등 유명 명소에서 찍은 사진과 그 뒤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현실을 보여주는 릴스 요즘 많이 보임) 사람만 싹 들어내면 호수 근처에서 노래 들으면서 산책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여기 폭포는 공간 자체가 넓어서 사람이 많아도 그렇게 붐비는 느낌 없이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물이 떨어지니까 좀 시원하기도 해서 멍 때리고 내려다보기 좋았어요. 다만 폭포가 다리 저 밑에 있어서 사진은 찍기 어렵습니다. 가이드 분 말씀으로는 사진 찍으려다가 핸드폰 떨어지는 일이 왕왕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 떨어지면 찾을 수도 없기 때문에 여기는 경치 사진만 찍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라벤더로 유명한 팜 토미타에도 갔는데 시기가 약간 늦어서 라벤더 상품화를 위해 싹 수확을 한 상태여서 다른 꽃들과 너무 허전해서 다시 심은 건지, 수확하고 남은 건지 듬성듬성 있는 라벤더만 있었습니다. 저는 그냥 여름이면 라벤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여름 중에서도 7월 중으로 가야 볼 수 있는 거였어요. 라벤더 없는 라벤더 밭. 처음으로 가 본 건데 상상했던 그림이 아니라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아이스크림도 먹고 기념품으로 아이필로우도 하나 사 왔는데 잘 쓰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 등 유명한 포토 스폿인 나무들도 보고 왔는데 예쁜 사진은 남겼으나 딱히 할 말은 없으므로 패스하고 다음에 시간 되면 셋째 날 오타루에 갔다 온 이야기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타루는 몇 번을 가도 좋은 것 같아요. 이번에도 진짜 좋았습니다. 그럼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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