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신 차려보니 벌써 5월이 다 끝나가네요. 말레이시아에 오고 나서 시간이 너무나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아요. 이번엔 최근에 있었던 일 얘기,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 그리고 말레이시아 생활에서 느낀 것들을 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먼저 최근에 심장이 내려앉을 뻔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요. 우선 시작은 한 밤중의 싸움소리였습니다. 이번 달은 초반 2주는 8시~5시, 후반 2주는 11시~8시라 최근에는 계속 11시 출근, 8시 퇴근이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두세 시에 잠들고, 조금 늦게 일어나는 게 일상이 되었는데요. 이 날은 조금 일찍 자서 한시쯤에는 잠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밤 2시 반쯤부터 밖에서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 소리에 깼는데 간간히 여자가 맞받아치는 소리도 들리긴 하지만 남자가 소리 지르며 화내는 소리가 제일 크게 들렸어요. 간간히 문을 쾅 닫는 건지 물건을 던지는 건지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도 났어요. 요즘은 세상이 흉흉하니 저러다 큰 일 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너무 무섭고 걱정이 되었는데, 내가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콘도 경비원을 부르거나, 경찰을 불러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로비 리셉션 전화번호를 모르겠고, 인터넷에 찾아봐도 나오지 않고, 경찰은 경찰을 부를 일인지 모르겠어서, 우선은 여기 현지인들이 어떻게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싸움 소리가 났다가 안 났다가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신경 쓰여서 잠도 못 자고 마음을 졸이다가 3시 반쯤에 소리가 완전히 끝나서 안심하고 겨우 잠들었는데, 제 윗집도 그 소리에 깬 건지 생활 소리가 조금 들리더라고요. 여기가 에어비앤비가 많아서 원래 주민인지, 여행 와서 싸운 건지 잘 모르겠지만, 다음날 경비원한테 이런 일이 있었는데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하니까 왓츠앱 번호를 주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번에 이런 소리가 들리면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고, 콘도도 별 일 없이 평소와 똑같아서 아마 에어비앤비로 이용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밤잠을 설치고 심장을 부여잡고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문을 나서는데, 겉문을 열자마자 대각선 앞 쪽에 큰 바퀴벌레가 배를 까뒤집고 죽어있는 거예요. 정말 기절할 뻔 했는데 바퀴벌레를 그래도 놔두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아,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휴지로 잡아서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저는 바퀴벌레의 번식력을 제일 무서워해서 자세히 들여다봤는데 암컷 같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크기도 크고 더듬이도 너무 길고, 휴지로 딱 집었다가 너무 끔찍해서 살짝 놓쳤는데 휴지에 다리 갈퀴가 걸려서 대롱대롱 되어 있는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라 출근 전에 진짜 기절할 뻔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너무 충격을 받고 출근을 해서 무사히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빨래를 돌리는데 빨래가 다 되어 문을 열었는데 도마뱀이 있는 거예요. 저희 집에 얼마 전부터 도마뱀이 들어와 있었는데 도마뱀은 귀엽기도 하고, 문 열어둬도 안 나가길래 그냥 집에 뒀거든요. 맨날 옷장뒤나 냉장고 뒤 이런데 있더니, 제가 세탁기 통 말리려고 문 열어놓은 동안 들어갔나 봐요. 애가 퉁퉁 불은 거 같기도 하고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휴지로 떼어 처리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막 움직이더니 빨래더미 속으로 들어갔어요. 이제 빨래 말려야 하는데 어쩌나 하다가 눈 딱 감고 빨래 가방에 다 담고, 밖에 나가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하나씩 꺼내 너는데, 하나를 딱 집으니까 안에서 나와서 순식간에 사라지더라고요. 세탁기를 딱 열었을 때 테두리 쪽에 있어서 돌아가진 않았을 텐데 세제 같은 걸 먹었을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너무 안 좋고, 이제 나갔으니 잘 살았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해서 콜을 받는데, 아웃콜 걸 일이 있어서 QA님한테 의논을 하고 걸려고 하다가, 콜 대기시간이 이미 좀 지난 상태라 하나 받고 걸어야겠다 싶어서 받은 콜이 잘 안 풀렸어요. 그리고 저희 용어로 디셋이라고 하는데, 콜 종료 후 이어지는 상담평가에 안 좋은 평가도 남겼더라고요. 그걸 시작으로 그날 오전에만 안 좋은 평가를 두 개나 받았어요. 이번 달은 5점 중에 3점 받은 거 하나 빼고는 다 잘 받았는데, 그날 몇 시간 만에 두 개나 받아버린 거죠. 이건 도마뱀의 저주인가 했습니다. 그다음 날부터 이틀간 휴무였는데 이전에 한창 리셋을 받아서 팀장님이나 QA님과 면담을 하고 너무 스트레스받던 날들이 생각나서 가슴이 답답하고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잘 쉰 듯 못 쉰 듯 계속 누워있었습니다. 그리고 복귀했는데 생각보다 덜 혼나고 그다음엔 크게 어려운 케이스들을 받지 않아서 겨우 다시 힘내서 일하고 있는데, 그때는 진짜 숨 쉬기가 힘들었어요. (원래 스트레스에 좀 취약함)
이게 제 최근에 운수 안 좋은 며칠간 있었던 일입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이런 시기가 잘 지나가기를 바라며 버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것이 더 큰 무언가의 액땜이었길 빕니다.
요즘은 회사에서 평일에는 시니어 분들 케이스를 염탐하며 공부를 하거나 브런치 글들을 읽고, 눈치가 안 보이는 주말엔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브런치 글들을 보면 소심한 성격인데 콜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그런 사람들 공통점이 회사 생활과 그 속에서의 인간관계들이 힘들어,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만 딱 하고 가면 되는 콜센터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저도 사실 이런 이유에서 이 직업에 나름 만족합니다. 물론 콜은 사람과 계속 대화해야 하는 거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 정말 상사와 마주칠 일도 없고, 출근해서 인사도 안 해도 될 정도로 다른 동료들과 교류 없이 자기 할 일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호텔 프런트에서 일할 때 별로 잘 맞지 않는 사람이 계속 말을 걸어서 억지로 스몰 토크를 나눠야 해서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어쨌든 문의를 기다려야 하는 거고 자리 간의 간격도 있고 하다 보니, 동료들과 수다 떨일 없이 컴퓨터를 이용해 각자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면 됩니다. 너무 아무와도 교류가 없으면 별로 일 수도 있는데, 또 맘 맞는 사람도 꽤 있어서 이 사람들이랑은 회사 끝나고 밥도 자주 먹고 업무 중에 채팅도 하고 합니다.
원래는 회사 갈 때 슬랙스에 여름 니트를 입고 갔는데요. 뭔가 일할 때는 또 오피스 캐주얼 정도는 입어야 일하는 기분도 나고, 사실 그 옷 빼고는 원피스나 이런 너무 예쁜 옷 밖에 없어서 그렇게 한동안 그렇게 입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제 일도 적응이 좀 되었고, 딱 붙는 슬랙스로 앉아있으려니 배도 좀 불편하고, 특히나 주말에는 좀 편하게 있고 싶어서 쇼피에서 편한 바지와 캐릭터 티셔츠들을 좀 구매했습니다. 약간 "일하기 싫어", "퇴근하고 싶다" 이런 류의 문구가 적힌 귀여운 고양이 시리즈가 있어서, 너무 직설적인 것을 피해서 몇 장 구매해서 잘 입고 있습니다. 다음에 더 구매하려고요! 이 바지와 티셔츠가 쇼피에서 가장 잘한 쇼핑인 것 같습니다.


↑요런 느낌, 티셔츠 한 장에 오천 원 정도, 바지도 만원 이하 너무 편하다!
그리고 요즘 먹은 것들 리뷰를 좀 해보자면, 먼저 마이타운의 뚝배기라는 한식집이 딱 한국 맛이고 런치시간도 11시에서 5시 30분으로 길어서 괜찮은 가격(25링깃 이하)에 먹을 수 있습니다. 밑반찬도 다양하게 나오고, 저는 닭갈비 돌솥 비빔밥과 쭈꾸미 돌솥 비빔밥을 먹었는데, 쭈꾸미 돌솥 비빔밥이 정말 정말 맛있었습니다. 앞으로 종류별로 먹어보려고 하는데, 은근 직장에서 왔다 갔다 시간이 좀 걸려서 요즘은 귀찮아서 또 안 가고 있어요.
그리고 llaollao(얄로얄로)를 처음 먹어봤습니다. 평소처럼 마라샹궈를 조지고 음료를 하나 먹어야겠다 싶어서 생각하다가, 얄로얄로가 보이길래 오랜만에 요아정 생각도 나고 해서 먹어봤어요. 제가 초코를 좋아해서 초코 시럽 토핑만 해서 먹었는데,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라 초코는 좀 안 어울렸는데, 요거트 아이스크림 자체는 상큼하고 약간 치즈맛도 나고 해서 엄청 맛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글 쓰니까 재밌네요. 요새 브런치나 티스토리로 다른 글들을 많이 보는데, 제 글도 재밌게 읽는 분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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